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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가 민들레 국수집에 해 준 것”

Joseph.J 2016. 8. 19. 11:18

“인천교구가 민들레 국수집에 해 준 것”- [3월 특집 교회의 권력구조와 폭력의 악순환-1]- 인천주보에 실린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인천교구의 입장을 읽으며

지난 3월 13일 사순 제5주간, 인천교구 사회사목국(국장 박요환 신부)은 주보의 5면(인천주보 제2396호)에 서영남 씨가 운영하는 ‘민들레국수집’이 더는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의 인준시설이 아님을 공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 인해 많은 신자와 당사자인 서영남 씨 그리고 그곳에 기대어 흔들리는 삶을 유지해왔던 가난한 사람들의 향후 처지가 우려된다. 말투는 감정이 표현되는 가장 대표적인 도구이다. 높고 큰 목소리로 교묘하게, 그러나 교회의 명분을 상실하지 않는 처지에서 온유한 척하는 글투는 글쓴이의 영악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구나 이 공문은 주교의 공식적인 견해도 아닌 듯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이라고 적혀있다. 




▲ 인천주보 제2369호에 실린 민들레국수집에 대한 인천교구의 입장 (사진출처=가톨릭프레스 DB)


살아가면서 조심해야 할 것들 중에 공동체 안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해 뒷말을 나눌 때, 떠도는 소문을 전할 때,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 있을 때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공적 기관인 인천교구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전 교구민이 읽는 주보에 이러한 방식으로 게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주의 복음은 죄지은 여인과 그를 둘러싼 군중들에게 “먼저 죄 없는 자가 저 여인을 돌로 쳐라”(요한 8,7)소리치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그리고 지혜로움을 선포하는 내용이다. 특히 올해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자비의 희년’으로 선포해 많은 교회가 더욱 자비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목적 방향과 실천적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인천교구의 이러한 대응은 (설령 그것이 범죄적 사실로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는 전혀 복음적이지 않은 돌을 이미 그에게 던져 버리고 말았다. 


개인이나 혹은 여러 이해관계로 결집한 조직들은 그들이 소화하지 못한 감정을 쏟아낼 대상을 필요로 한다. 자신이나 조직 내부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그것을 쏟아낼 대상을 찾아 따돌리거나 비난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집단은 한 명의 희생자를 만드는 일에 분주하다. 지금 인천교구가 딱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들레국수집이 재정적으로 투명하지 않고 사용내역을 밝히고 있지 않아 인천교구 사회복지 법인 인준을 철회한다는 것이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의 입장이다. 사회사목국 입장을 따른다면 이것은 범죄이고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지탄 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자체가 ‘자기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지적’하는 격이다.인천교구는 지금까지 인천 서구에 고급 실버타운 ‘마리스텔라’를 건축하고, 수천억의 가톨릭 국제성모병원을 건축하고, 관동대를 인수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교구신설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는가?



자기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구나...” 




▲ (사진출처=마리스텔라 실버타운 홈페이지 /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홈페이지)


신자들이 어려운 가운데 십시일반 봉헌하는 마음으로 모아온 돈을 교구는 그동안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이와 관련해 지역의 원로인사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수많은 신자가 걱정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인천교구는 이를 외면했다.


국제성모병원의 부당한 보험급여 청구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회에서까지 논의되는 마당에도 그저 ‘모르쇠’로 일관했던 교구가 어떻게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빼내겠다고 아우성일까. 먼저 자신의 들보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왜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산하 기관에 강요하는지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메디컬데이)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교구의 재산은 신자들의 정성이 모인 것이므로 그 운영에도 교구 신자들의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 아무리 작은 본당에서도 매월 본당에 들어온 돈이 얼마이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 내역을 밝힌다. 그런데 인천교구는 사용 내역 공개는커녕, 교구 소속 사제들에게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이리 철통보안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천교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천억의 재정이 투입된 교구법인 사업들과 교구 소속 학교법인, 병원법인 사업들에 대한 일체의 예산공개를 하지 않는다. 주보에 이런 글을 실을 여백이 있다면 먼저 교구가 한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한 내용부터 밝혀야 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대학을 인수한 가격은 몇백 억부터 몇천억까지 떠도는 소문이 그야말로 널을 뛴다. 병원 건축비용은 몇천억을 넘나든다는 얘기들도 있는데 신자들 처지에서는 도무지 이게 다 무슨 소리인가 싶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러한 막대한 재정을 쏟아 이러한 ‘사업들’을 해야 하는가? 


또, 이번 공지에는 “서영남 대표는 수도회를 나와 일반인과 혼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교회의 수도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수사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기에 타당치 않다는 것을 상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사진출처=가톨릭프레스 DB)


일단 서영남씨의 개인생활을 공개적인 지면에 실어 언급하는 것은 개인의 인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일반인과 혼인을 결정한 것은 개인적인 삶의 결정이고 사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한 개인의 삶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내비치게 몰아가는 것은 교구의 특히 사회사목국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수사님’이란 용어는 무엇인가? 수사(修士)는 수도하는 선비를 뜻한다. 어떻게 이 단어가 교회의 수도자들에게만 사용될 수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는가. 세상의 길을 닦아나가는 사람 모두가 수사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죽는 날까지 수사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인천교구 사회사목국식의 논리라면 세상에 나와서 사는 이들을 상대로 재속 수도회를 운영하는 모든 수도회의 모임은 다 폐쇄해야 할 것 아닌가? 


어떤 사제는 온갖 추행과 추문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공동체에 상처를 안겨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시내 큰 본당의 신부로 부임해 신자들에게 ‘신부’ 소리를 듣는다. 일부 수녀들은 사회복지기관과 어린이집, 병원 등에서 부유하게 살아가며,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지만 ‘수녀님’이라는 호칭을 당연히 여긴다. 그런데 어찌 가난한 이, 집 없는 이들에게 밥 봉사하며 어려운 삶을 살아온 형제에게 이런 폭력을 행사하는가. 


특히 서영남 씨가 언제 다른 이들에게 ‘나를 수사라고 불러달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렇게 신자들이 호칭한 것은 그가 보여주는 삶이 ‘수사(修士)’라는 말에 합당하기에 그렇게 교회 언어가 차용되었을 뿐이다. 그는 여러 방송인터뷰에 등장하면서도 자신의 아픈 과거의 상처와 결정에 대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겸양(謙讓)을 보이며 수사라는 말을 더욱 거룩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교회 안에서 더 세속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부들과 수녀들이 ‘너는 그런 말을 써서는 안 돼’라고 말한다면 이것만큼 유치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공지문에는 ‘여러 시민단체와 후원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런 조처를 했다고 밝혔지만, 그 시민단체와 후원자들이 누구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소문에 근거해 교구민 모두가 보는 주보에 이 내용을 올리는 것은 합당한가. 의혹이 예상되면 떳떳하게 직접 물어야 하지 ‘(내가 의심한 것이 아니라) 남들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접근은 계속해서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자를 만들어 나갈 뿐이다.




▲ (사진출처=가톨릭프레스 DB)


인천교구는 이 문제에 대한 사실확인 여부를 다시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서영남 씨와 그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박한 행동에 대해 모든 교구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 특별보도팀 저스티스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6-03-15 18:23:01
  • 수정 2016-04-22 14:30:54

출처 : 가톨릭프레스 http://www.catholicpress.kr/news/view.php?idx=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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